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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25 08:20
Yo La Tengo(요 라 텡고)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0  



Yo La Tengo(요 라 텡고)

 

요 라 텡고의 음악은 딱히 어느 한 장르로 정의 내려지는 것을 거부한다. 시끄럽고 조용하다. 불편하고 편안하다. 가볍고도 무겁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절충주의'라는 말로 요 라 텡고 사운드를 표현하고, 장르의 카테고리가 주는 부담감을 떨쳐낸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에게서 물려받은 극단적인 노이즈 실험과 버즈에게서 가지치기한 달콤한 징글 쟁글 전통이라는 상반된 스타일의 혼합은 요 라 텡고를 199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인디펜던트 그룹으로 위치를 설정시켰고, 인디 록하면 떠오르는 서브젝트들인 드림 팝, 노이즈 팝, 슈게이징, 포스트 록, 그리고 엉뚱하게도(?) 월드 뮤직으로 분류되는 보사노바 등을 모두 통합시켰다. 서로 누가 누가 잘하나 뽐내는 인디 음악의 각축장이면서 동시에 서로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잉태한 것이다.


요 라 텡고의 이 같은 놀라운 흡인력과 소화력은 설레는 데이트 상대에서 음악적 동료로 그리고 부부로 인연의 끈을 만들어 가고 있는 아이라 케플란(Ira Kaplan)과 조지아 허블리(Georgia Hubley)의 환상적인 호흡이 있기에 가능했다. 아이라의 피드백이 잔뜩 걸린 기타 노이즈와 조지아의 들뜬 록 드럼은 헤비하지는 않지만 록의 진중함을 표현하고 있고, 이들 부부가 서로 한 소절씩 나눠 부르는 보컬은 유약하고 여리다. 양과 음, 힘셈과 가벼움, 어둠과 밝음의 사이에서 미묘한 접점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 바로 아이라 & 조지아 커플이 만든 요 라 텡고의 매력이다.


요 라 텡고는 1984년 미국 뉴저지주의 호보켄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 킹크스, 버즈 등을 음악적 좌표로 삼은 아이라 케플란과 조지아 허블리에 의해 결성된 그룹. 특히 이들은 1996년도 영화 <나는 앤디 워홀을 쐈다(I Shot Andy Warhol)>에서 직접 벨벳 언더그라운드 멤버들의 역을 맡을 정도로 벨벳에 경도되어있다.


지역의 클럽 등지에서 활동하며 2년 여 동안 기본기를 착실히 닦은 이들은 1986년 데뷔작 <Ride The Tiger>를 내놓으며 인디 록 커뮤니티에 이름을 알렸다. 1980년대 초반 깜짝 출연을 하고 곧바로 사라진 미국 보스턴 출신의 펑크 밴드 미션 오브 버마(Mission Of Burma)의 베이시스트 클린트 콘리(Clint Conley)가 프로듀스를 맡은 1집은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영향권 내에서 머문 작품이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연상시키는 수록곡 'The Empty Pool'이 대표적이다.


이후 요 라 텡고는 조금씩 발표하는 앨범마다 음악적인 변화를 주기 시작했는데, 1987년 소포모어 음반 <New Wave Hot Dogs>에서는 징글 쟁글 포크 사운드가 귀를 잡아끌었고, 2년 뒤인 1989년에 내놓은 3집 <President Yo La Tengo>는 멤버들의 자신에 찬 송라이팅 실력을 엿 볼 수 있었다. 제대로 그 맛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전설적인 싱어 송 라이터 밥 딜런의 'I threw it all away'를 과감히 리메이크한 것부터가 그렇다.


1990년에는 이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던 아티스트들의 노래들을 특유의 절충주의 스타일로 커버한 곡들을 모은 <Fakebook>을 공개했고, 2년 뒤인 1992년에는 베이시스트 제임스 맥뉴(James McNew)를 영입, 트리오로 그룹의 체제를 개편하고 <May I Sing with Me>를 내놓았다.


<Fakebook>에서 알 수 있듯 요 라 텡고의 초창기는 자신들을 있게 해준 선배 뮤지션들에 대한 오마쥬를 표한 시기였다. 때문에 요 라 텡고의 진짜 음악을 접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May I Sing with Me> 이후 페이브먼트라는 거물 인디 록 밴드를 배출한 <마타도어(Matador)> 레이블로 이적하여 현재까지 발매한 음반들을 검색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요 라 텡고는 <마타도어> 레이블의 첫 결과물인 1993년의 <Painful>에서 노이즈 실험의 극대화를 이뤄냈다. 친근한 노이즈,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노이즈, 불편한 노이즈 등 노이즈 자체가 다양한 프리즘으로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보여줬다. 그리고 1995년 무덤덤한 <Electr-O-Pura>을 지나 1997년 인디 록의 마스터피스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에서 트리오는 초창기의 멜랑콜리 스타일의 멜로디와 이 때 당시의 주 종목이었던 노이즈를 완벽하게 조화시키며 기존 인디 록 역사의 텃밭을 갈아엎었다.


1984년 데뷔한 이래 14년 만에 오빠부대를 이끌며 다니는 슈퍼 스타덤은 아니지만, 인디 록 커뮤니티 내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확보한 요라 텡고는 2000년 <And Then Nothing Turned Itself Inside-Out>, 그리고 올해 <The Sounds Of The Sounds Of Science> 등을 꾸준히 발표하며 여전히 각종 장르에 대한 톨레랑스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