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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18 23:50
Travis (트래비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30  



Travis (트래비스)

 

 
오아시스(Oasis), 블러(Blur), 라디오헤드(Radiohead) 등의 거물들과 같은 위치에서 비교되는 밴드로는 아마도 트래비스(Travis)가 유일할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두 번째 앨범인 <The Man Who>(1999)가 몰고 온 태풍은 거대했다.


1996년 가을, 이들은 첫 정규 EP인 <All I Wanna Do Is Rock>을 발매하면서 '당시의 브리티쉬 록의 정신을 구현했다.' 라는 찬사를 받는다. 그 후, 히트 싱글인 'Happy'와 'Tied to the 90's'를 발표하고, 1997년에 등장한 정규 1집인 <Good Feeling>이 영국 차트 탑 텐에 오르면서 전국적 밴드로의 명성을 얻게 된다.


주로 스트레이트한 로큰롤 스타일을 선보였던 데뷔작에 비해 2집은 누가 들어도 라디오헤드를 연상할 만큼 내성적이고 감상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따라서 '오랜' 트래비스의 골수 팬들은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팬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6번의 플래티넘 획득, 영국 차트 1위 등극, 1999년 앨범 판매량 4위 등이 이것을 증명해 준다. 여기에다 이웃집 오빠 같은 친근한 외모, 사랑을 갈구하는 소녀 취향의 가사 등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켰다.

앨범의 전체적인 인상은 한마디로 '낯익은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앨범을 지배하고 있는 감성이 우리들에게 매우 친숙하다는 말이다. 또한 거의 절반의 수록곡들이 싱글로서 발매되어 크게 히트한 만큼 고른 수준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딱히 대표곡을 고르기가 힘들다.


첫 싱글로 영국 차트 14위를 기록한 'Writing to reach you'는 적당한 리버브가 걸린 몽롱한 기타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다. 'As you are' 는 드라마틱하게 고조되는 곡 구조가 마치 중기의 비틀즈(Beatles)를 연상케 하고, 신인 밴드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Driftwood'는 차트 13위의 히트 넘버이다. 'The last laugh of the laughter'는 보컬의 가성과 피아노, 기타의 유니즌 플레이가 돋보인다. 셔플 리듬 위에 펼쳐지는 현악기 편곡이 기억에 남는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와 후렴구의 반복으로 곡의 주제를 강조하는 'Turn'은 두 곡 모두 차트 탑 텐에 들어가는 이들 최대의 히트곡이다. 하모니카 소리와 반복되는 어쿠스틱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Luv'와 약간은 흥겨운 분위기의 'She's so strange'가 흐른 후 'Slide show'로 차분한 마무리를 하면서 앨범은 끝을 맺는다. (몇 분 지난 뒤 1집의 스타일에 근접한 히든 트랙이 나온다.)


이상에서 보듯이, 새로울 것 없는 재료들로 구성된 앨범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앨범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음악 자체로 평가받지 못하고 다른 밴드를 연상케 한다는 언급들은 이들에게 부여된 또 다른 과제일 것이다. 롱런 할 수 있는 진정한 '밴드'가 되는 길은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개척하는 것인 까닭이다.


2001년에 기대 속에 발매된 <The Invisible Band>는 전작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방향을 취함으로서 안정을 도모했다. 현재의 라디오헤드의 모습을 선호하는 팬들에게는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라디오헤드가 취한 선택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앨범 자체의 수준도 전작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다양한 악기를 도입함으로서 약간의 방향 전환도 꾀했다. 하지만 앨범 타이틀처럼 '보이지 않는 밴드'가 아닌 '예상 가능한 수준의 안주'를 선택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