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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18 23:26
Tom Mcrae (톰 맥래)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07  



Tom Mcrae (톰 맥래)

 

 
1990년대 후반의 서정성 깊은 영국 포크 록 계열의 음악들은 어느 덧 비록 작지만 의미 있는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것은 60년대에 그 절정을 이룬 '이전의' 포크 록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밥 딜런(Bob Dylan)으로 대표되는 그 시절의 포크 록이 '사회적'인 목소리를 드높였다면, 현재의 흐름은 철저히 '개인적' 감수성에 기반하고 있는, 그래서 어찌 보면 70년대 싱어 송라이터들의 그림자를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현재의 흐름을 본 궤도로 진입시킨 엘리엇 스미쓰(Elliott Smith),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과는 달리(동시에 비슷하게) 톰 맥래(Tom Mcrae)는 위선에 가득 찬 굴절된 세계를 노래한다. 즉, 그에게 음악은 그 자체로서 목적임과 동시에 소통을 위한 도구이다.


영국 서포크는 인구가 3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그 곳을 벗어나 런던으로 온 그는 여러 밴드를 전전하며 음악 실력을 단련시켜 나갔다. 그러나 결국 솔로로 전향하기로 결심하고 여러 공연을 가짐과 동시에 홈 레코딩을 시작했다. 만들어진 그의 홈 데모는 결국 음악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고, db레코드사와 계약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바로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인 <Tom Mcrae>이다.


앨범에서 톰 맥래는 이전의 뮤지션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를 계승함과 동시에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음악과 가사 모두에서 '감상적 개인주의'에 철저한 기반을 두었던 그들과는 달리 뒤틀린 세계와 삶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표출한다. 즉, 삶에 대한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성찰의 무게가 느껴진다. 일례로 첫 곡 'You cut her hair'는 비록 사운드는 낭만적일지 몰라도 내용은 독일 유태인 수용소에서 머리를 민 소녀의 사진을 보고 느낀 분노를 담고 있다.

허나 사운드 적인 면에 있어서도 그의 음악은 근래 포크 팝의 연약한 그것보다는 좀 더 굵은 느낌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또한 도입부와 절정부에서 확실한 감정 조절에 의해 드러나는 카리스마('The boy with the bubblegun')는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의 소울풀한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비록 런던으로 건너간 뒤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서포크(Suffolk)같은 작은 마을에서 이러한 깊이 있는 음악이 나온다는 것이 척박한 우리 환경을 돌아볼 때 부럽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놀랍게도) 라이센스로 발매되었다. 아무래도 이것은 이 계열을 추종하는 소수인, 하지만 열렬한 마니아들의 공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