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ggy (섀기)
밥 말리(Bob Marley)가 그들의 정치적인 상황을 노래에 담아 혁명을 울부짖으며 '반란의 음악', '빈민굴의 음악'을 외쳤던 것과는 달리 섀기의 음악에서는 정통 레게음악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울분과 정치적인 상황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삶이란 즐기는 것' 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수많은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원색적인 음악과 뮤직비디오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레게라는 정치적인 성향의 음악에서 탈정치성과 자본주의를 포함하는 이데올로기로 레게음악이 단지 흑인들을 위한 것이 아닌 전세계인이 함께 듣고 즐기는 흥겹고 매력적인 음악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말 그대로 그는 '레게의 전도사'인 셈이다.
하지만 그러한 음악과는 달리 그의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행복하고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가 태어난 곳은 흑인들의 지저분한 빈민굴이 여기 저기 널려있는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 타운(Kingston Town)이다(발 말리 역시 이 곳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적 즐겨보던 만화 캐릭터인 스쿠비 두와 닮았다는 이유로 섀기라는 예명을 갖게 되는데, 그 예명을 가지고 처음으로 싱글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그렇게 얼떨결에 발표하게 된 싱글 'Mample', 'Big Up' 등이 뉴욕 레게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예상치 못한 명성을 얻게 되는데 그 때 그는 프로 뮤지션으로서의 길을 걷느냐 마느냐의 갈등을 하게 된다. 결국 그가 내린 결정은 걸프전에 자원입대하여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걸프전에서 그는 목숨을 담보로 해야하는 '사막의 폭풍' 작전에 투입되기도 하는 등 4년 동안 방황을 하며 결국 프로 뮤지션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중 'Virgin' 레이블 관계자의 눈에 띄어 계약을 체결하고 1993년 데뷔앨범 [Pure Pleasure]를 발표하게 되는데, 싱글 'Oh Carolina'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앨범은 영국에서만 뒤늦게 6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다. 1995년 발표한 두 번째 앨범 [Boombastic] 역시 플래티넘을 기록하고 이 앨범으로 그는 'Grammy Awards'에서 최우수 레게앨범상을 수상하면서 탄탄대로의 길을 달리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은 계속되지 않았다. 1997년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 [Midnite Lover]은 지나치게 대중을 의식한 결과로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간간히 영화음악을 통해 섀기라는 이름이 잊혀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출 수는 없었는지 그는 2000년 네 번째 앨범 [Hot Shot]을 발표해 잊혀졌던 대중들을 향해 뜨거운 한 방을 날렸다. 팝적인 성향이 짙게 배어나는 대중성을 최대한 가미한 이 앨범은 'It Wasn't Me', 'Angel' 등이 크게 히트하면서 다시 한번 섀기는 건재하다는 것을 알렸다.
이렇듯 굴곡이 심한 섀기에게 있어서 그래도 중요한 것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삶이 주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리고 그는 2002년 11월 다섯 번째 정규앨범 [Lucky Day]를 통해 그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2002년 4월 발표한 [Hot Shot Ultramix]에서 받았던 상업적이라는 비난과 비아냥을 충분히 날려버릴 이 앨범은 제목 그래도 섀기의 'Lucky Day'를 예견했는데, 흥행에만 매달렸던 전 작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진지함과 무게감을 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흥겨운 레게리듬과 랩으로 ‘모든 여성을 찬미하라!’며 여성 숭배 사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전처럼 그냥 스쳐지나가는 단지 ‘아름다운’ 여성이 아닌 모든 여성으로 대상이 바뀌었다. 모든 행복의 근원인 어머니, 함께 작업했던 파트너, 은사 등 그는 이 앨범에서 대상의 폭을 넓혔다.
이 앨범은 화려한 참여진 또한 눈에 띠는데, 지금까지 함께 해 온 프로듀서 로버트 리빙스톤(Robert Livingston), 데이브 켈리(Dave Kelly), 크리스토퍼 버치(Christipher Birch)는 물론이고 'Full Control'의 배링턴 레비(Barrington Levy), 'Hey Sesy Lady'의 브라이언(Brian)과 토니 골드(Tony Gold), 'Get My Party On'의 샤카 칸(Chaka Khan), ‘These Are The Lips'의 리카르도 ‘릭 록’ 듀센트(Ricardo 'Rik Rok' Decent), ‘Strange Love'의 모나(Mona) 등 게스트 뮤지션들이 피처링에 참여하여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