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Adreena (퀸 아드리나)
여성판 마릴린 맨슨?
사실 이러한 수식어는 처음 대하는 밴드 퀸 아드리나에 대해 편견을 심어줄 소지가 크다. 하지만 파격적인 라이브 무대와 언행, 연타하는 드러밍, 찢어질 듯한 기타 노이즈는 이러한 수식어가 전혀 허위는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미와 추를 동시에 보여주는 스테이지를 펼쳐 보이는 마릴린 맨슨식 기괴한 퍼포먼스. 하지만 이들에게는 케이티 제인 가사이드(Katie Jane Garside)의 독특한 보이스가 있다. 이 씬에서 광폭하고 남성적인 보컬만이 승산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여리고 섬세한 듯하면서도 호러틱한 보이스는 노이즈 섞인 인더스트리얼적인 강렬한 기타 사운드와 강하게 대치되면서 낯선 느낌을 선사하고 있는데, 바로 이 독특함이 퀸 아드리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소녀티가 나는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도무지 나이를 분간하기 어려운 보이스를 보유한 케이티의 나이는 만 31세. 하지만 그녀는 무거운 짐들을 훌훌 벗어 던지고 점점 더 젊어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커트니 러브(Courtney Love)가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의 ‘Riot Girl’을 지목하였을 때 케이트 가사이드도 영광스럽게(?)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으로 그녀의 입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그 외에 커트니 러브는 ‘Babes In Toyand’의 Kat Bjelland를 지목하였다)
케이티 가사이드의 존재는 1990년대 초반 'Love Your Money'라는 곡으로 탑 10에서 강세를 보였던 데이지 체인소(Daisy Chainsaw)라는 밴드의 싱어로서 먼저 알려졌다. 하지만 1993년 케이티가 머리를 빡빡 깎고 밴드를 빠져 나오면서 데이지 체인소는 와해되었고 그녀가 팀을 나온 이유는 단 하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써주는 곡을 노래하는 것만으로는 어떠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한다. “내가 그곳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았다면 그것은 나를 죽였을 것이다. 나는 나의 것이 아닌 어떤 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 했다.” 케이티의 말이다. 이처럼 자아의식이 강한 여성보컬은 그후 영국 각지를 여행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으려 하였고 결국 숨겨져 있던 목소리가 터져 나오게 되었다. 그녀를 항상 따라다니는 고민은 ‘존재의 의미가 뭘까'라는 커다란 질문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러한 고민은 (일부 자의식이 뚜렷한 사람들만 제외하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지만 단지 중요한 것은 이를 직접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느냐일 것이다.
케이티는 열정적으로 자신의 곡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런던으로 돌아온 그녀는 이전 데이지 체인소의 기타리스트 크리스핀 그레이(Crispin Gray)와 조우하면서 새로운 팀작업에 들어갔고 이후 드러머로 빌리 프리덤(Billy Freedom), 베이시스트로 오슨 와이(Orson Wajih)를 영입하여 퀸 아드리나라는 새로운 그룹이 탄생된 것이다.
작년 8월 이후 'Cold Fish', 'Xing Off The Days' 등의 싱글 그리고 첫 앨범 [Taxidermy]를 내놓은 이들은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독특한 퀸 아드리나의 사운드를 탄생시켰다. 날카로운 광대뼈를 갖고 있는 크리스핀, 살인 청부업을 파트타임으로 할 법한 드러머 빌리, 현란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베이시스트 오슨, 요정 같은 모습을 한 케이티는 무대에서 커다란 카리스마를 뿜으며 그들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