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 
 C 
 D 
 E 
 F 
 G 
 H 
 I 
 J 
 K 
 L 
 M 
 N 
 O 
체크 P 
 Q 
 R 
 S 
 T 
 U 
 V 
 W 
 X 
 Y 
 Z 
어제 : 493, 오늘 : 37, 전체 : 279,409
 
작성일 : 20-02-06 11:18
Phil Collins (필 콜린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20  


Phil Collins (필 콜린스)

 

 


1980년대는 흑인 남성 싱어 송라이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시기였다. 마이클 잭슨, 프린스, 라이오넬 리치 등은 뛰어난 음악적 영감으로 수많은 히트곡들을 무차별적으로 쏟아 냈다. 그들 만큼이나 출중한 음악 능력으로 빚은 인기곡으로 우리의 감성을 순화시킨 백인 남성 싱어 송라이터가 바로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제네시스(Genesis)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팝계의 나폴레옹' 필 콜린스(Phil Collins)다. 1981년부터 출발한 솔로 활동 기간 동안 7곡을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려놓았으며 14곡을 탑 40에 랭크 시킨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대중 음악을 논할 때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아티스트다.


벗겨진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화살 같은 콧날, 그리고 얇은 입술로 본의아니게(?) 깐깐한 이미지를 얻게 된 필 콜린스는 그러나 어린 시절 아역 배우로 대중 문화계에 입문했다. 비틀즈의 다큐멘터리 영화 <어 하드 데이스 나이트>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한 그가 음악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대 후반이었다. 그가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의 카리스마로 정의되는 아트록 그룹 제네시스에 드러머로 동승한 것은 19살때였다. 1974년, 팀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인 가브리엘이 솔로 활동을 위해 제네시스로부터 독립하자 콜린스는 드럼 스틱과 마이크를 동시에 부여잡고 그룹의 중심에 섰다. 필 콜린스, 마이크 루더포드(Mike Rutherford/기타, 베이스 - 1980년대 중반에 결성된 Mike & The Mechanics의 리더), 그리고 토니 뱅스(Tony Banks/키보드)의 트리오 체제로 정비된 제네시스는 이전의 예술 지향적인 음악에서 한 걸음 물러나 대중 친화적인 스타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팝스계를 풍미했다.


실험적이고 난해해 소수만의 지적 유흥이 된 초기 제네시스의 음악이 1970년대 후반부터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콜린스의 탁월한 대중 친화적인 곡 만들기 비법에서 기인한다. 그의 이러한 친근함은 '홀로 서기'를 단행한 1981년부터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솔로 데뷔 앨범<Face Value>는 제네시스의 쉬워진 사운드에 이 영국인의 팝적인 감각이 균형을 이룬 수작으로 국내에서는 양복 광고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어 뒤늦은 관심을 끌었던 'In the air tonight(19위)'과 'I missed again(19위)'이 싱글로 커트 되어 그의 첫 히트를 자축했다.

이듬해에 공개된 <Hello, I Must Be Going>에서는 세 곡이 떴다. 흑진주 다이아나 로스(Diana Ross)가 있었던 여성 3인조 보컬 그룹 슈프림스(Supremes)의 원곡을 커버한 'You can't hurry love(10위)'와 'I don't care anymore(39위)', 그리고 'I cannot believe it's true(79위)'로 자신의 지명도를 점차 확대했다. 1984년에는 영화 <어게인스트 올 오즈>의 주제가 'Against all odds(Take a look at me now)'로 그는 거듭났다. 머리숱이 많지 않은 필은 이 노래로 3주간 싱글 차트 정상을 지켰고, 그래미 최우수 남자 가수상도 수상했으며, 오스카 주제가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는 더 이상 '전직 제네시스의 드러머 필 콜린스'가 아니라 '영국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 필 콜린스'였다. 얼마전에는 머라이어 캐리와 보이 밴드의 새로운 다크호스 웨스트라이프(Westlife)가 함께 부름으로써 명곡으로서의 위상은 21세기까지 계속되었다.


그 해 연말 콜린스의 번외 활동은 두드러졌다. 대형 펑크(funk) 밴드 어스, 윈드 &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보컬리스트인 필립 베일리(Philip Bailey)와 함께 'Easy lover(2위)'를 불러 인기의 불꽃을 이어갔으며, 에티오피아 기아를 돕기 위한 밴드 에이드(Band Aid)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13위)'를 위해서는 초기 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전공인 드럼을 연주했다. 또한 1985년 미국의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JFK 스타디움과 영국의 웸블리구장에서 동시에 열린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에서 콜린스는 영국에서 라이브 무대를 마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16시간만에 미국의 필라델피아로 날아와 공연을 계속함으로써 만 하루 동안 두 대륙에서 공연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것은 당시 그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알려주는 단편적인 예다. 이런 시도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마이클 잭슨이나 프린스에게도 주어지지 않은 영광의 무대였다.


필 콜린스는 자신을 '팝계의 나폴레옹'으로 등극시킨 세 번째 정규 앨범 <No Jacket Required>을 1985년에 발표했다. 두 곡의 넘버원 싱글 'Sussudio'와 'One more night'을 위시해 'Don't lose my number(4위)'와 'Take me home(7위)'이 수록된 이 음반으로 그는 그래미 최우수 앨범과 최우수 남성 가수, 그리고 최우수 프로듀서 상을 수상하면서 당시 흑인 남성 가수들의 위세에 눌린 백인 남성 가수의 기세를 드높였다. 오프닝 트랙 'Sussudio'는 그가 전직 드러머가 아니었다면 결코 뽑아 낼 수 없는 리듬감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 반대로 'One more night'은 서정성의 최고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발라드 넘버는 국내에서도 대단한 반향을 일으키며 팝음악 계에 '나폴레옹 현상'을 일으켰다.


1985년 말에 개봉된 영화 <백야>의 사랑의 테마 'Separate lives'를 여성 가수 마릴린 마틴(Marilyn Martin)과 함께 불러 닫시 한번 차트 정상을 탈환했고 1988년에는 영화 <버스터>에서 주제가뿐만 아니라 주연을 맡으면서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첫 발자국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음악에 가려져 호평을 받지 못했으며 사운드트랙의 수록곡 'A groovy kind of love(영국 밴드 마인드벤더스<Mindbenders>의 원곡으로 1966년 차트 2위)'와 'Two hearts'가 연속으로 1위에 오르면서 호평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Two hearts'는 그래미에서 최우수 영화 음악 상을 거머쥔 반면 아카데미에서는 다시 한번 쓴잔을 마셨다. 주제가 상 후보에 오르기는 했지만 <워킹 걸>의 주제곡 'Let the river run'을 쓴 칼리 사이먼(Curly Simon)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면서(?) 그는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했다.


1980년대의 끝자락에서 공개한 4번째 정규 음반 <But..... Seriously>는 필 콜린스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마지막 앨범이다. 스매시 히트 싱글 'Another day in paradise(1위)'를 비롯해 에릭 클랩튼의 기타가 울부짖는 가스펠 스타일의 'I wish it would rain down(3위)', 발라드 'Do you remember?(4위)', 그리고 리듬 기타가 곡 분위기를 주도한 'Something happened on the way to heaven(4위)', 힘찬 브라스 혼섹션으로 화려하게 문을 여는 오프닝 트랙 'Hang in long enough(23위)' 등이 싱글 차트를 점령했다. 특히 환상의 편곡이라는 평을 얻은 'Another day in paradise'로 그래미의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하면서 1980년대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1990년대를 맞이했다. 2001년에 공개된 필 콜린스 헌정 앨범에서 신세대 흑인 디바 브랜디(Brandy)는 이 곡을 '뉴 질 스윙' 스타일로 재해석해 피부색을 극복한 고전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그러나 1993년과 1996년에 발표된 <Both sides>와 <Dance Into The Light>은 고품격의 앨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를 호령하던 얼터너티브 그런지와 모던록의 분노한 기타에 눌려 인기의 사정권 밖에서 후배들의 활약상을 지켜봐야만 했다. 1998년 말에 나온 히트곡 모음집에는 신디 로퍼(Cyndi Lauper)의 'True colors'를 1990년대 흑인 음악의 마이다스 터치를 소유한 베이비 페이스(Babyface)와 함께 커버해 화려한 재기를 노렸지만 싱글 차트 성적은 미진했다(66위).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슬럼프는 1999년 디즈니의 장편 만화 영화 <타잔>의 주제가 'You'll be in my heart(21위)로 극복했다. 이 노래로 그래미 최우수 사운드트랙 상을 수상했고, 그동안 그토록 고대했던 아카데미의 주제가상도 거머쥠으로써 다시 한번 화려하게 부활했다. 국내에서는 <타잔>의 이미지를 참고한 이동 통신 광고에서 영화 배우 정우성이 코끼리를 타고 바닷가를 누비는 장면에 사용되어 사회 생활에 찌든 우리 마음을 순수한 자연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타잔>의 사운드트랙 이후 그 어떠한 움직임도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전성기 시절에 보여준 아름다운 멜로디와 발군의 리듬 감각이 한 대 어우러져 그 고유의 창작력이 꿈틀거리는 필 콜린스의 노래들은 지금까지도 듣는 이들을 감염시키면서 추종자들을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