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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05 22:33
Nylon Beat (나일론 비트)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93  


Nylon Beat (나일론 비트)

 

 

북유럽 핀란드 출신의 나일론 비트는 그 이름처럼 가볍고 부드럽고 통통 튀는 댄스 팝을 들려주는 여성 듀오다. 요나(Jonna Kosonen)와 에린(Erin Koivisto), 이 두 명의 동갑내기 소녀들로 결성되어 1995년부터 현재까지 핀란드에서 가장 성공한 밴드로 활약중이다. 벌써 5장의 앨범을 내놨고 라이브 밴드로도 명성을 쌓고있다. 또한 모국어인 핀란드어로만 노래하지 않고 영어로 녹음한 앨범을 내놓으며 세계시장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보다 1998년도 후반기 가요계를 휩쓸었던 S.E.S.의 'Dreams come true'의 원작자라고 소개하는 편이 더 알기 쉬울 것 같다. 모두들 당연히 S.E.S의 노래일 거라고 감쪽같이 속았던 그 곡은 나일론 비트가 1998년에 발표한 영어앨범 <Nylon Moon>에 서 부른 'Like a fool'을 번안한 것이었다. 창법이나 가사를 비교해보면 사실 말이 번안곡이었지 오리지널과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더욱 어이없었던 건 'Like a fool'의 판권을 샀던 SM기획 측에서 원작자의 크레딧을 명시하지 않은 채 'Dreams come true'를 내놓았다가 표절시비가 일자 그제서야 원작자를 밝힌 것이다. 당시 소비자들의 반발은 꽤나 거셌고, 그것은 최근 표절의혹이 일었던 국내 가요의 팝 원곡을 모아 만든 편집음반 <The Original>로 이어졌다. 그 모음집에는 논란이 되었던 여러 곡들과 함께 나일론 비트의 'Like a Fool'도 끼어 있다.


그렇지만 나일론 비트 측에서 볼 때는 그 같은 해프닝은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었다. 덕분에 아무런 홍보도 않고도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한국의 방방곡곡에 자신들의 음악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제성의 탄력을 받아서 이듬해인 1999년에는 문제의 'Like a fool'을 담은 <Nylon Moon>을 국내에 라이선스로 발매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S.E.S.는 나일론 비트를 우리에게 소개해준 기특한 그룹이라 할 수 있다.


나일론 비트의 음반이 국내에서 얼마나 인기를 얻었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음반을 들어 본 사람들은 그들의 음악이 의외로 괜찮다는 걸 알 것이다. '핀란드의 맥스 마틴' 정도 될 듯한 유명작곡가 리스토(Risto)가 작곡과 프로듀스를 전담한 나일론 비트의 음악은 영국이나 미국의 걸 그룹들과는 또 다른 상큼함을 선사한다. 아기자기한 팝/록 스타일에 흥겨우면서도 북구 유럽 특유의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두 번째 영어앨범 <Last In Line>은 댄스 필도 여전하지만 전작에 비해 록 비트가 더해져서 더욱 상쾌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 16살에 데뷔해 이제 22살이 된 멤버들의 풋풋함과 농익음이 두드러져 보이며, 특히 리스토의 지휘로 록 패턴의 연주가 강화되는 등 다채로운 시도들이 눈에 띈다. 그러한 것들이 종국에 가서는 안전함으로 귀결되긴 하지만 확실히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첫 곡이자 타이틀 트랙인 'Last in line'부터 경쾌하게 시작한다. 짜임새 있는 록 연주를 바탕으로 나오는 앳된 보컬은 마치 핸슨(Hanson)의 데뷔시절을 연상시킨다. 핀란드에서 싱글로 발매되어 곧바로 에어 플레이 차트 1위에 올랐던 'Guilty'는 전반부의 강력하고 에너지 넘치는 연주와 코러스 부분의 나긋나긋한 멜로디가 극과 극인 트랙이다. 중간 중간의 리듬기타 플레이와 그루브가 느껴지는 베이스 연주, 그리고 전자음도 듣기 좋다.


'Sex while a taxi ride'라는 다소 야한 제목의 노래는 미드 템포의 발랄한 팝 넘버로, “뭐 그리 부끄러워 할 거 없다”며 “한여름 밤 당당하게 사랑의 스릴을 맛 보라”고 권하고 있다. 앞서 말한 'Like a fool'과 역시 전작에 실렸던 노래이자 S.E.S.가 번안했던 또 다른 곡 'Eternal love'가 각각 5번째, 11번째 트랙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 실린 'Eternal love'는 S.E.S.가 고쳐 부른 그 발라드가 아니라 업 템포의 록 연주로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그밖에도 블론디의 모습이 얼핏 스쳐 지나가는 댄스 넘버 'Boy in the back row', 의외의 슬라이드 기타 연주가 등장하고 디스토션 걸린 기타가 리드하는 팝 트랙 'Poison', 라틴 맘보 분위기를 차용한 'Love and hate', 기타 솔로가 애조 띠게 울리는 유일한 발라드 'Black rain' 등이 나일론 비트의 매력이 흠씬 배어있는 노래들이다. 그리고 일렉트로니카 색채를 가미한 'The one I remember most'를 마지막으로 앨범을 맺는다.


과연 S.E.S.가 왜 멀리 북구에 있는 나일론 비트를 번안했는지 이 음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팝 감수성이 뛰어나고, 우리 감각에도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우리 느낌과는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나일론 비트는 상당히 세련된 음악을 들려주는 팝 듀오다. 핀란드에서 최고의 인기그룹이라고 했는데, 그런 나일론 비트를 보면 핀란드의 팝 수준도 '유럽의 팝 강국' 스웨덴과 그다지 별 차이 없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