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loody Valentine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Only Shallow'는 My Bloody Valentein(이하 MBV)의 역사적인 앨범인 [Loveless]의 오프닝트랙으로 싱글로 소개되어 뮤직비디오와 함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곡이다. 이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아마도 복잡한 장르 중에서 단지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신인밴드쯤으로 짐작할 지도 모를 일이다. MBV가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알려진 팀도 아니고 다만 소리소문 없이 알려진 밴드이기 때문이다.
기타의 끊임없는 노이즈와 리버브(Reverb)가 이뤄내는 불투명한 환상적인 멜로디가 이들의 기술적인 테마라면, 우울하고 뇌쇄적인 사운드는 MBV의 예술적인 효과일 것이다. MBV는 이른바 '슈게이징 밴드'라는 닉네임을 달고있는 밴드 중에서 그 기원이 됨과 동시에 대표적인 주자로 평가되지만, 활동은 전혀 두드러지지 않은 밴드이다.
83년 케빈은 더블린에서 밴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84년 캐나다의 B급 호러영화의 제목을 따서 MBV이라는 밴드 이름을 짓고 케빈 실즈(Kevim Sheilds: 기타, 보컬, 송라이터)는 콜름 오 쿠삭(Colm O' Ciosoig: 드럼)과 데이브 콘웨이(Dave Conway: 보컬, 밴드 이름을 지은 장본인), 그리고 티나(Tina: 키보드)와 함께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들은 더블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로 활동했으며 이에 힘입어 런던으로도 진출하게 되었지만 데이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This Is Your Valentein] EP와 [Sunny Sundae Smile] EP, 그리고 [The New Record By My Bloody Valentein] EP 작업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데이브의 심각한 위장병 때문에 장기간의 투어가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케빈은 그보다는 그의 음악적인 재능을 부정했다.
당시 연인 관계였던 티나는 첫 번째 앨범까지만 참여하고 그들이 런던으로 떠날 때까지 남아있었다.
85년 런던에서 케빈과 콜름은 -그도 MBV의 지지부진한 활동을 이유로 팀을 탈퇴했다- 데비 구지(Debbie Googe: 베이스)를 만났고, 87년에 베린다 버처(Belinda Butcher: 기타, 보컬)를 만나면서 MBV의 정예멤버를 완성했다.
이들 네 명의 혼성 아이리쉬-브리티시 밴드는 영국에서 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그들의 명성을 쌓아갔고, 미국 첫 진출 프로젝트로 두 번째 앨범인 [Loveless]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다른 밴드와는 구별되는 노선을 택했는데 그것은 앨범보다는 EP를 더 많이 내는 것이었다. 첫 번째 EP인 [This Is Your Bloody Valentein](84)을 베를린에서 발매한 이후로 85년부터 연속적으로 EP 앨범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Greek](85), [The New Record By My Bloody Valentein](86), [Sunny sundae Smile](87) 외에도 두 장의 EP [Strawberry Wine](87)과 [Ecstasy]를 연속적으로 내놓는 정열적인 활동을 펼쳐 보이면서 인디 음악으로 급부상 하던 MBV는 마침내 88년 Creation Record와 계약을 체결하고 두 장의 EP [You Made Me Realise], [Feed Me With Your Kiss](88)와 첫 앨범 [Isn't It Anything?]을 세상에 내놓았다.
영국 차트 진입을 성공시킨 'Glider'(90)와 'Tremolo'(91) -이 곡은 [Loveless]에도 수록되어 있다- 는 밴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케빈은 우울한 보이스의 음악을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낙관적인 생각을 갖길 바란다. "5년 전에 비해 우리의 음악은 훨씬 개방되어 있다. 사람들은 방향감각을 잃은 상실감의 저류(低流)를 타고 있기는 하지만 밝은 생각을 갖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라고 말하면서.
이들의 음악은 '공격적인 아름다움'이란 표현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마치 다른 세상에서 전달되는 사운드 같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케빈도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고백했을 정도이다.
어쩌면 MBV의 음악은 밤에 혼자 들으면 약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전위적인 독특함이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스산한 밤길을 동반자 없이 걸을 때의 느낌이랄까. 게다가 트윈기타의 프레이즈는 멜로디와 드론(Drone) 사운드의 이중적 구도로 인해 더욱 복잡하고 환상적이다. 경련성의 쏘아대는 기타 멜로디는 팝의 역사노트에 기록될만한 도전 정신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